두 형제가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두 사람중 어느쪽 의견이 옳고 그른가를 따지는 다툼이 아니라,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언 때문에 일어난 싸움이었다. 어머니의 유언을 해석해 보면 제각기 일리가 있었다.
두 형제는 어릴 때부터 전쟁 때문에 독일, 러시아, 시베리아, 만주 등 이곳저곳을 정처없이 숨어다닌 탓으로 형제애가 남달리 두터웠다. 그런데 이 유언을 놓고 다투면서 서로 중상하고 반목하였으므로, 형은 동생을 잃게 되고 동생은 형을 잃게 된 처지가 되고 말았다. 두 형제는 서로 말도 끊은 데다다 한방에 있는 것조차 싫어하였다.
어느날 두 형제는 따로 나를 찾아와 형은 동생을 잃었음을, 동생은 아끼던 형을 잃었음을 크게 한탄하였다. 이것을 보면, 이 두 형제는 애초부터 다툴 마음은 없었던 것이다.
필자가 아메리칸 클럽의 강사로 초빙된 기회가 생겨, 나눈 주최측에 부탁하여 두 형제가 서로 모르게 참석할 수 있도록 특별히 부탁하였다. 서로가 불편한 평소였으면 얼굴을 마주치면 이내 헤어져 돌아갔겠지만, 이날만은 초청자의 체면을 생각해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필자는 형식적인 인사말을 끝내고 한편의 <탈무드>이야기를 하였다.
어느 때인가 이스라엘에 두 형제가 살고 있었다.
형은 나이가 들어 결혼하였으므로 아내와 자식까지 두었고, 동생은 아직 미혼자였다.
두형제는 하나같이 아주 부지런한 농군이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물려받은 재산을 똑같이 분배하였다.
형제는 수확한 사과와 옥수수를 똑같이 나누어 각각 자기 몫을 각자의 곳간에 저장하였다. 그러나 밤이 이슥해지자 동생은 '형님은 딸린 식구가 많아 식량이 부족할 터이니, 내 몫을 좀 덜어 드려야지"하고 형님 곳간으로 많은 양을 옮겨 놓았다.
그런데 형은 형대로 '나는 아내와 자식들이 있으니 늙어서도 별 걱정이 없겠지만 동생은 혼자몸이니 미리 저축해 놓아야 할 거야' 이렇게 생각하고는 자기 몫을 떼어 동생 곳간에다 옮겨 놓았다.
날이 밝아 형제는 각기 자기 곳간을 가 보니 웬일인지 자기 몫들이 조금도 줄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런 일은 다음날 밤에도 또 그 다음날 밤에도 반복되어 사흘 밤이나 계속되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밤, 두 형제는 전날 밤과 같이 자기 몫을 떼어 상대방의 곳간으로 나르다가 그만 중간에서 서로 부딪쳤다. 그래 두 형제는 얼마나 서로를 아끼고 있는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두 형제는 뜨거운 형제애에 그만 서로를 부둥켜 안고 울었는데, 이 울었던 곳이 예루살렘의 가장 고귀한 장소로 지금도 알려지고 있다.
필자는 이 강연회를 통해 한 가족의 사랑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 것인가에 대해 몇 번이고 강조하였다. 그 결과 다투었던 두 형제는 그동안 반목을 풀고 다시 옛날과 같은 사이로 돌아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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